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은 단순한 ‘이동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자립성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그동안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흰지팡이 또는 안내견을 통해 길을 찾고 위험을 회피해 왔다.
그러나 안내견은 양성 비용이 매우 높고, 배출 수가 제한되어 실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등장한 기술이 바로 ‘AI 지팡이’(스마트 보행 보조기기)다. 이 기기는 단순 길 안내를 넘어, ‘AI 기반 동행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AI 지팡이 ‘Glide’는 무엇인가?
미국의 스타트업 Glidance가 개발한 스마트 보행기 ‘Glide’는 기존 지팡이 형태에 바퀴와 컴퓨터비전, 카메라 센서, 햅틱 신호 시스템 등을 결합한 기기다.
사용자 손잡이를 잡고 걸음을 떼면, 기기 앞단의 센서가 주변의 사물과 지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장애물을 회피하고 안전한 경로로 유도한다. 계단, 턱, 보행자, 가로수, 전동킥보드처럼 예상치 못한 돌발 장애물도 감지할 수 있다.
단순히 “장애물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안전한 길로 끌어주는 파트너”에 가깝다. 이 점에서 기존 흰지팡이나 GPS 기반 내비게이션 앱보다 훨씬 진보된 단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왜 주목받고 있나?
첫 번째 이유는 공급의 한계 문제 해결 가능성이다. 안내견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평균 2년 이상의 양성과정과 한 마리당 5천만 원 이상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보급률은 수요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AI 지팡이는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유지보수 또한 체계적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용 편의성이다. 별도의 리모컨이나 버튼 조작 없이, 손잡이를 잡고 걷기만 하면 된다. 위험 요소가 나타나면 손잡이의 ‘진동 방향’으로 회피 방향을 직관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음성 안내를 들을 여유가 없을 때도 대응이 가능하다.

안내견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은 ‘보완재’ 역할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안내견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정서적 안정을 주고, 긴급 상황에서 사용자 신체를 보호하며 ‘동반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여전히 기술이 채우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안내견 배출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기술이 대체하는 흐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AI 지팡이가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정확한 동선 분석과 패턴 예측이 가능해질 경우, 일부 영역에서는 안내견보다 더 안전한 이동 능력을 구현할 수도 있다. 특히 날씨가 악화되거나 소음이 심한 환경 등에서 AI 처리 능력이 향상될수록 실효성은 더욱 커진다.
남은 과제들
기술이 인간을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 한국어 환경 최적화
- 국내 지도 시스템 연동 및 실시간 경로 업데이트
- 기기 가격·보험 지원 여부
- 법적 인증과 공공장소 접근 권한
특히 ‘보행 보조기기’가 아니라 ‘안내견 대체 이동수단’으로 인정받으려면 제도권 안착이 필요하다. 국내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복지정책, 장애인 보조기기 지급 기준, 공공 보행 환경 개선 등 다층적인 논의가 뒤따를 전망이다.

마무리하며
AI 지팡이는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립성을 키워주는 동행자’로 변모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안내견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보급 가능한 또 하나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역할”에 가깝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지도 기술·웨어러블 AI가 결합되면 가까운 미래에 ‘인간 안내견+AI 안내’의 융합형 보행 지원 생태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 이동권의 지평이 기술 발전과 함께 한 걸음 더 넓어지고 있다.
#AI지팡이 #시각장애인보조기기 #스마트보행 #장애인접근성 #안내견대체 #보행권 #AI기술혁신 #장애인자립 #Glide #보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