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태극기'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생생한 흔적을 담고 있는 매우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2009년 서울 은평구 진관사의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불단 안쪽 벽체에서 발견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진관사 태극기의 특징과 역사적 배경
이 태극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일장기 위에 태극 문양과 4괘를 검은 먹물로 덧칠하여 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일제의 국기인 일장기를 훼손하는 것이 엄한 처벌을 받던 시기에, 대한 독립에 대한 강렬한 염원과 항일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단순히 일장기를 가리는 것을 넘어, 그 위에 우리 민족의 상징인 태극기를 그려 넣어 독립 의지를 천명한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진관사 태극기는 3·1운동 직후인 1919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발견 당시 태극기를 보자기로 활용하여 신대한신문, 독립신문 등 독립운동 관련 신문류 19점이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진관사가 당시 독립운동의 거점 중 하나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특히, 이 태극기는 독립운동가이자 진관사의 승려였던 백초월 스님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초월 스님은 3·1운동 당시 비밀결사 '한국민단본부'를 조직하고 항일신문 '혁신공보'를 제작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쳤으며, 임시정부와 독립군에 군자금을 모금하여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칠성각에 이 태극기와 독립신문류를 숨긴 인물이 바로 백초월 스님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화재 지정과 그 의미
진관사 태극기는 그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0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심층적인 연구와 평가를 거쳐 2021년에는 대한민국의 보물로 승격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국가보물 제112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진관사 태극기는 단순히 오래된 태극기를 넘어, 일제강점기 암흑 속에서 독립을 염원했던 우리 민족의 굳건한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유물입니다. 이는 국회 본관에 3·1절마다 게양될 정도로 그 역사적, 상징적 의미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진관사 태극기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소중한 유산으로,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독립을 위해 싸웠는지 되새기게 해주는 살아있는 역사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