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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무당, 케데헌 보고 눈물 흘린 까닭...

기적 소리 2025. 9. 1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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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보고 눈물”…우리가 감추고 몰랐던 ‘여성 무당의 서사’
선감학원 등 국가폭력 희생자 위령제 지낸, 이지녀 만신이 말하는 ‘무속의 힘’
<케데헌> 전 세계 열풍 계기로…“평화 담긴 민중종교 의미 제대로 알려졌으면”
[경향신문 25-09-13]

이지녀 만신이 지난 9월 8일 서울 종로구 신당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줄여서 ‘케데헌’)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단순히 노래와 춤만으로 평가되기엔 너무 깊고 복합적인 서사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여성 무당’이라는 존재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한국 민속과 여성 정체성, 공동체의 한(恨)과 치유의 이야기로 새롭게 읽히고 있다.

1. 무당, 그리고 여성의 역사

전통적으로 한국 무당(무녀, 만신)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마고, 삼신 등의 여신이 존재하며, 무당은 단순한 예언이나 주술의 역할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과 감정을 수행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긴 세월 동안 무당은 ‘미신’이나 ‘비이성적 믿음’이라는 왜곡된 시선 속에 숨겨져 왔다. 여성으로서의 표현, 목소리, 고통,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의 역할이 제대로 인지되지 않았거나 억압당해온 것이 현실이었다.

무당의 이야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단순한 문화적 무관심이라기보다, 젠더, 권력, 신앙의 경계에서 만들어진 복합적인 침묵이었다.

2. 케데헌이 보여주는 여성 무당의 새로운 얼굴

케데헌에서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세 멤버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라 강력한 악귀와 맞서 싸우는 존재로 등장한다. 헌트릭스 멤버들은 무당의 후계자이자, 음악과 춤, 의상, 퍼포먼스를 통해 그 정체성과 능력을 드러낸다.

감독 매기 강은 “대부분의 무당이 여성이란 점”, 그리고 무당이 굿할 때 남성적 요소를 차용하는 전통(예: 남성 의복을 입거나 남성의 역할을 수행하는 장면) 등이 매우 흥미로웠고, 이는 자연스럽게 여성 무당의 페미니즘적 상징으로 연결되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K팝 걸그룹인 헌트릭스 멤버들이 과거 무당으로 악귀를 물리치던 모습 / 넷플릭스

 

더구나 루미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어둠(악령 문양)을 숨기며 살아오다, 결국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숨김’과 ‘노출’, ‘수용’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단순히 캐릭터의 성장 서사만이 아니라, 여성의 정체성과 목소리가 어떻게 제도나 사회적 통념 속에서 억압되었는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은유다.

3. 왜 눈물이 났는가 — 한과 공감 그리고 복원

이지녀 만신이 케데헌을 보며 “한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보면 볼수록 눈물이 났다”고 말한 것은 그냥 감상적 울림만이 아니다. 그것은 감춰졌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드러나며, 오랫동안 무시되거나 조롱당해온 여성 무당의 역할과 존엄이 복원되는 순간을 목격한 감정이다.

무당이 단지 구습이나 미신이 아니라, 공동체의 고통을 듣고, 삶의 균열을 이어주며, 공동체를 살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해온 여성이 얼마나 많은 말 못 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는가를 떠올릴 때, 공감과 연대, 치유의 감정이 일어난다.

또한 케데헌은 무속이라는 민중 종교의 ‘평화’, ‘공동체’, ‘문화예술적 표현’이라는 측면을 여과 없이 담았다. 전통문화의 미학, 음악과 춤, 의상과 상징물들이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으로 기능하면서, 왜 무속이 단순히 배제되어 왔는지를, 또 왜 그것이 다시금 주목받는지를 보여준다.

4. 사회문화적 의미와 앞으로의 서사

젠더와 권력의 재고

여성 무당이 갖는 힘은 단순히 초자연적인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목소리를 빼앗긴 존재가 ‘주체’로 나서 자기 고유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케데헌이 던지는 질문이다.

문화 정체성의 회복

한국의 민속, 굿, 무당 문화는 겉으로 보기에 불편함, 오해, 왜곡이 많았던 소재였다. 하지만 케데헌은 그것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선택했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다시 바라보고, 더 넓은 문화적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다.

예술·콘텐츠 다변화의 가능성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 전형적인 영웅서사에서 벗어나, 웃기고 어색한 면, 부족함을 숨기려 했던 면, 타인의 이해를 구해야만 했던 면까지 다양한 인간적 면모를 가진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창작자들이 여성 무당, 민중 신앙, 지역 전통 등의 이야기를 더 진솔하게, 더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지녀 만신이 지난 9월 8일 서울 종로구 신당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씨는 무신도를 직접 그리고 토우도 만든다.

5. 마무리하며

“케데헌 보고 눈물”이라는 반응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외면되어 온 여성 무당의 이야기, 민중의 고통, 정체성의 억압과 회복, 문화의 신성함과 치유의 힘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 결과이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서사들을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존중해야 한다. 무당이 숨어야 할 대상이 아니고, 여성이 목소리를 얻게 하는 문화적, 예술적 표현으로 당당히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케데헌이 그 하나의 출발이자 촉매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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