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세시장, 왜 이렇게 급격히 말라붙었나
최근 전국 전세시장에서 매물이 눈에 띄게 줄면서 세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금리 고정·매매 부진·역전세 여파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기피하거나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강화된 데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면서 실제 체감 매물은 더 부족해졌다.
서울·수도권에서는 “전세 매물이 하루 만에 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고, 지방 중소도시 역시 역전세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전세 물량 실종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부족 상황에서 임차인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세보다 높은 보증금을 요구받거나, 즉시 계약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전세 사기·깡통전세 우려까지 겹쳐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 새로운 논란: ‘임차인 면접제’ 등장
이처럼 전세 매물이 희소해진 가운데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임차인 면접제 도입’ 요구가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취지는 “세입자도 신용·직업·생활 태도 등을 투명하게 검증해 집주인의 피해를 예방하자”는 것이지만, 이 내용이 알려지자 세입자 단체와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임차인 면접제는 집주인과 중개업자가 계약 전 세입자 후보를 불러 면접하듯 질문을 던지고, 화목한 가정 여부·직업 안정성·생활 패턴 등을 기준으로 선별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세입자 선택권의 일방적 이동’이며, 심하면 차별행위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예컨대 미혼 여부, 직업 형태, 외국인 여부, 가족 구성까지 묻는 관행이 생긴다면 주거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 세입자 단체 “주거는 기본권…면접제는 차별 강화”
세입자 단체는 임차인 면접제 도입을 명백한 차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 주거권은 헌법적 기본권
집주인 사적 재산권 못지않게, 세입자의 주거 안정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전세 시장에서 세입자가 정보·협상력에서 절대적으로 약자인 구조에서 면접제는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것이다.
♤ 이미 신용·소득 검증 절차 충분히 존재
현재도 전세대출 심사, 확정일자, 보증보험 등 다양한 검증 절차가 존재하는데, 여기에 면접까지 추가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 차별·배제 우려 현실화 가능성
면접을 통한 거절이 합리적 판단인지, 개인적 편견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특정 직군이나 1인 가구, 외국인 등에 대한 배제가 구조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 집주인 측 “역전세 피해 방지 위한 장치 필요”
반대로 일부 집주인 커뮤니티에서는 “임차인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며 면접제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다. 역전세로 수천만 원~수억 원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소득 불안정·연체 가능성이 있는 세입자를 걸러내고 싶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집주인 측의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다.
♤ 역전세 피해 증가로 건물주의 손실 위험 커짐
♤ 악의적 임차인, 체납 반복 사례 존재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는 검증 장치 필요성 대두
하지만 이러한 주장 역시 ‘사회적 안전장치의 보완’이지, 개인 면접을 강제하는 제도화로 연결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 전문가들은 왜 우려하나: ‘시장 불균형이 만든 부작용’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차인 면접제 논란을 “전세 시장 구조적 불안정이 낳은 긴장”으로 본다. 공급 부족·역전세 위기·금리 불확실성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며 현장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의 핵심 진단은 다음과 같다.
♤ 전세 제도 자체가 구조적으로 취약
대규모 보증금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전세는 금리·시세 변동에 취약하다.
♤임대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 여전
집주인과 세입자 간 신뢰 부족으로 관계가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면접제는 시장 불균형을 더 키울 수 있음
세입자 선택권 제한 → 전세가격 추가 상승 → 월세 전환 가속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 마무리: 근본 해결은 ‘전세 시스템 보완’과 ‘공공 임대 공급’
결국 ‘임차인 면접제’ 논란은 단순한 제도 도입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세 공급 부족과 시장 불안정이 만든 사회적 긴장이며, 제도적 접근 없이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근본 대안을 제시한다:
공공임대·장기전세 등 안정적 주거 모델 확대
전세보증보험 및 임대차 계약 이력 관리 등 신뢰 기반 시스템 강화
중개 플랫폼 공개정보 확대 등 투명한 시장 환경 조성
역전세 리스크 완화 위한 정책적 금융 지원
전세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임차인 면접제 같은 ‘개별적 검증 절차’로 접근한다면 갈등은 더 심화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을 선별하는 장치가 아니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주거 안정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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