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이 왜 이래?"
대한민국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출시 15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개편, 그중에서도 '친구탭' 개편이 사용자들의 거센 비판에 부딪히면서 결국 철회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카카오는 논란의 중심이었던 '피드형 친구탭'을 기존의 '목록형 친구목록'으로 되돌리고 사용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서비스를 재정비할 방침입니다.

논란의 핵심: '메신저'가 '인스타그램'이 되었다?
카카오톡은 최근 대대적인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개편을 통해 첫 화면인 친구탭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기존의 간결하고 익숙했던 '이름-프로필 사진-상태 메시지'의 목록형(리스트형) 배열을 버리고,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과 배경 사진, 근황 게시물을 크게 보여주는 격자형(그리드형) 피드 형태로 바꾼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카카오톡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사용자들에게는 폭발적인 불만으로 돌아왔습니다. 메신저의 정체성을 잃고 마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처럼 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사용자들이 분노한 세 가지 이유
사용자들의 불만은 단순히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카카오톡이 가진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실질적인 불편함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1. "직장 상사 사진을 왜 봐야 하나요?" - 원치 않는 정보 노출
카카오톡은 친구, 가족뿐만 아니라 직장 상사, 거래처, 업무 관계자, 심지어 부동산 중개인 등 다양한 '느슨한 관계'의 연락처까지 친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개편된 피드형 친구탭은 이 모든 관계자들의 프로필 사진 변화나 근황 게시물을 첫 화면에 크게 노출시켰습니다.
"업무용으로 카톡을 여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 관계자의 사적인 '여행 사진'이나 '일상 포스팅'을 강제로 봐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피로감이 느껴진다."
2. "친구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 메신저 본질 훼손
기존의 목록형 친구탭은 '가나다' 순서나 검색을 통해 원하는 친구를 즉시 찾아 채팅을 시작할 수 있는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피드형으로 바뀌면서 친구 목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스크롤을 계속해야 하는 등 친구를 찾고 대화를 시작하는 과정 자체가 더 복잡하고 비효율적으로 변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3. "피드 사이에 광고가…?" - 높아진 광고 피로도
카카오가 친구탭 개편을 통해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그 과정에서 광고 수익을 증대하려 했다는 분석도 사용자들의 반감을 키웠습니다. 실제로 일부 사용자들은 친구들의 근황 피드 사이에 크기가 큰 광고가 삽입되어 피로감이 가중되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카카오의 결정: 결국 '원래의 카톡'으로 돌아간다
결국 카카오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편을 철회하고 기존의 친구 목록 방식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기존의 익숙한 사용성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음을 확인했다"며, "당초 의도와 달리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카카오는 친구탭을 목록형으로 복원하는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적용 시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단지 일시적인 변경이 아니라, 카카오톡의 핵심 사용자 경험(UX)을 유지하는 쪽으로 서비스 방향을 재설정하는 중요한 결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사점: 익숙함의 힘과 '국민 앱'의 무게
이번 카카오톡 친구탭 논란은 '국민 앱'으로서 카카오톡이 가진 사용자들의 익숙함과 관성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의 중요한 소통 인프라가 되었기 때문에, 작은 변화라도 수천만 명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이나 트렌드 반영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행보이지만, 사용자들은 "메신저 앱은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습니다. 앞으로 카카오가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