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우리민족의 정서와 멋과 풍류가 어우러진 종합예술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줄거리를 지닌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예술형태이다.
주로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으며 지금도 전주대사습대회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근간이 되고 있고, 우리 지역을 '소리의 고장'이라고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판소리 공연 형태는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북치는 사람)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말(아니리), 몸짓(너름새)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간다.
『조선창극사』에 따르면 판소리는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등 세 유파로 구분하는데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편인 운봉·순창·구례 소리를 동편제, 섬진강 서편인 광주·보성·나주·함평 등지의 판소리를 서편제로 구분한다.

동편제의 특징은 지리산을 닮은 탓에 시작이 진중하고
구절의 끝마침을 되게 하여 마치 쇠망치로 내려치는 듯이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동편제 명창들은 영웅호걸들의 파란만장을 담은 ‘적벽가’에 능하다.
동편제의 창시자는 조선 후기의 송흥록인데 남원 운봉 비전마을에서 태어났다.
여류명창 박초월이 한때 이곳에 머물며 판소리를 배워서 비전마을은 현재 ‘국악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동편제 창시자 송홍록은 귀신의 울음소리인 귀곡성의 대가였다고 전한다. 근대 명창으로는 권삼득, 송홍록, 박기홍, 김세종, 송만갑 등을 꼽고 있다.
서편제는 애절하고도 섬세하며 구슬픈 계면조,
즉 듣는 자가 눈물을 흘려 그 눈물이 얼굴에 금을 긋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
끝마침이 꼬리가 달린 듯 자르르르 붙어다니는 여성적인 소리이어서 서편제 명창들은 슬픈 소리가 많은 심청가에 능하다.
서편제는 박유전이 비조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보성 율포면 강산마을이 시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재근, 정응민, 조상현 등 명창이 계보를 이어 왔다고 한다.
요즘 K-팝 인기의 기저에는 멋과 풍류를 표현하기 위해 힘든 득음의 경지를 추구했던 소리꾼들의 정진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참고로 1993년에 개봉된 영화 『서편제』는
판소리 서편제에 담긴 한의 정서와 득음을 향한 편집증적 집착을 깔끔하게 담아낸 수작으로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임권택 감독과 배우 오정해는 크게 유명해졌으며, 한국의 멋과 미를 탁월하게 살렸다는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극장 단성사에서 196일 상영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1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록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