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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647개 정부 서비스가 중단된 가운데 일부 서비스는 최대 한 달 치 데이터가 영구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난 전산실에 있던 정부 공통 클라우드 시스템 ‘G드라이브’가 손상되면서, 모든 자료를 이곳에 보관하던 인사혁신처는 업무자료가 모두 손실된 것으로 보고 대비에 나섰다.[동아일보 2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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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의 모습. 2025.9.27/뉴스1
지난 2025년 9월, 대한민국 디지털 심장부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국가의 핵심 전산망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입니다.
이 불은 단순한 시설 화재를 넘어, 정부 시스템 마비와 함께 일부 데이터가 9월 한 달 치가 통째로 영구 유실되는 초유의 '디지털 재난'을 낳았습니다. 이 사건의 심각성과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국가 전산망을 멈춰 세운 '배터리 폭발'
사고는 9월 26일 저녁, 국정자원 전산실 내 무정전 전원 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전산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필수 설비가 오히려 재난의 도화선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습니다.
화재 직후, 정부24, 국민신문고, 인터넷우체국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647개에 달하는 정부 업무 시스템이 일제히 작동을 멈췄습니다. 이는 행정, 민원, 금융 등 국가 운영의 핵심 기능이 순식간에 마비된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번 사고는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정부가 시스템 '이중화'와 재난 복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뒤 불과 2년여 만에 발생했기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국가 핵심 시설의 방재 시스템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은 총체적인 관리 부실을 시사합니다.
9월 한 달 기록이 사라졌다: 영구 데이터 유실의 충격
시스템 마비 사태만으로도 국민적 불편과 혼란이 극심했지만, 더 큰 문제는 영구적인 데이터 유실이 확인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부 정부 시스템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대전 본원 내 원데이터(Original Data)와 백업 데이터(Backup Data)가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보관되어 있었거나, 백업 체계 자체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결과, 화재로 인해 핵심 저장장치가 손상되면서 해당 시스템의 2025년 9월 한 달 치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지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 관련 시스템의 경우 9월에 처리된 모든 인사 자료가 통째로 사라져 8월 데이터만 남아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록 소실을 넘어, 행정의 연속성과 공신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는 일입니다.
한 달간의 행정 기록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국민들이 이용했던 민원 기록,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 결과 등 수많은 데이터와 증거가 증발했음을 의미합니다. 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선 디지털 영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입니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의 민낯과 교훈
이번 국정자원 화재 사고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겨진 취약한 디지털 인프라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물리적 안전의 확보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UPS 배터리 설비에 대한 안전 점검 및 관리 부실은 명백한 인재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진압이 극도로 어려우므로, 설치 공간 분리, 전용 소화 설비(이산화탄소 대신 친환경 소화 물질) 의무화 등 물리적 방재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백업의 '진정한' 이중화
데이터 백업은 원본과 다른 장소, 심지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별개의 센터에 분산하여 저장하는 원격 이중화(Disaster Recovery, DR)가 핵심입니다. 이번처럼 원본과 백업이 같은 건물이나 가까운 공간에 있었다는 것은 '이중화'라는 기본 원칙을 무시한 것입니다. 백업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재난 상황 발생 시 즉시 복구 가능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입니다.
재난 대응 속도와 정보 투명성
화재 발생 후 정부 시스템 복구율은 사고 발생 닷새가 지나도 10%대에 머물렀습니다.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초기 위기 대응 속도를 높이고, 복구 지연 상황과 원인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합니다. 또한, 우체국 쇼핑몰 중단 사태처럼,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한 신속한 구제책 마련도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사고로 우리는 데이터의 소실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회적 재난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안정적이고 안전한 디지털 기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디지털 재난'에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데이터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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