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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1일,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이 국토교통부가 추진해 온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에 대해 취소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 소식은 단순히 한 사업의 중단을 넘어, 거대한 국책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환경과 생태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그런데 이 판결문을 두고 한 가지 흥미로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바로 수라갯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서천갯벌만 유독 강조되었다는 점입니다.
판결의 핵심, '환경' 그리고 '안전'
이번 판결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조류 충돌 위험성입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새만금 지역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거점입니다.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을 오가는데, 공항이 들어설 경우 조류 충돌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법원은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이러한 위험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둘째, 환경 파괴 문제입니다. 판결문은 공항 건설로 인한 갯벌 훼손 등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갯벌 생태계에 대한 영향 검토가 매우 부실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공항이 들어설 부지가 단순히 비어있는 땅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태계의 일부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수라갯벌, 소송의 주인공에서 판결문의 '0'으로
새만금공항 건설 반대 소송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바로 '수라갯벌'이었습니다. 시민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은 공항 예정 부지가 과거 갯벌이었던 만큼, 여전히 갯벌 생태계의 복원이 가능하며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서 가치가 높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판결문에서는 이 '수라갯벌'이라는 단어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소송 과정에서 "수라갯벌은 이미 매립된 곳으로, 법적인 갯벌 지위를 상실했다"고 주장한 점을 주목했습니다.
법원이 굳이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는 '수라갯벌'을 판결문에 직접 언급하며 논란을 키우기보다는, 항소심 등 앞으로의 법적 공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판결문은 법적 논리를 중심으로 작성되기에,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명확한 증거와 사실 관계에 집중했을 것입니다.
서천갯벌이 주목받은 이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힘
반면, '서천갯벌'은 판결문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며 승소의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서천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국제적인 보호를 받는 곳입니다.
재판부는 새만금공항이 건설될 경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천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조류 이동 경로의 핵심 지역인 서천갯벌과 공항이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점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국내법적 문제를 넘어 국제적인 보전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논리가 힘을 잃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국제적 위상이 판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번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
이번 판결은 새만금공항 사업에 제동을 건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등 다른 대규모 국책 사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적 논리가 국책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환경적, 생태적 가치가 경제 논리만큼이나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닙니다. 개발과 보전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합리적인 근거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균형 있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의 모든 국책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와 더불어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더욱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땅과 자연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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