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남의 땅에 무단으로 사과나무를 심고 사과를 수확했더라도, 이를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법조계의 오랜 논쟁에 대한 중요한 판단으로, 여러 혐의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과 법적 논리
대법원은 횡령죄와 재물손괴죄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했을 때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땅 주인과 사과나무를 심은 사람 사이에 사과를 관리해 달라는 ‘위탁·신임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땅 주인이 사과나무를 뽑아달라고 요구한 것만으로는 횡령죄 성립의 전제가 되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
재물손괴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의 효용을 해칠 때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민법상 '부합(附合)'의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부합이란 동산이 부동산에 부착되어 부동산의 구성 부분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사과나무는 땅에 심기는 순간 토지 소유자(땅 주인)의 소유가 됩니다.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 역시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됩니다.
따라서 사과를 따는 행위는 사과가 땅 주인의 소유라는 점에서는 '이용 가치를 영득'하는 행위일 수 있으나, 사과나무 자체가 손상된 것이 아니므로 재물인 사과나무의 '효용'을 해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사과를 따는 행위가 사과나무 자체를 망가뜨리는 행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남의 땅에 무단으로 심은 나무와 그 열매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민법상의 소유권과 형사 처벌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비록 형사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땅 주인은 민사 소송을 통해 무단으로 땅을 사용하고 수확한 이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습니다. 즉, 형사 책임은 없지만 민사상 책임은 남아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