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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가맥의 기적] 전주가맥의 유래, 새참과 가게맥주

기적 소리 2025. 1. 29. 13:15

유서 깊은 도시 전주만의 독특한 문화현상은 많다.
그중의 하나가 ‘전주가맥’이다.

전주가맥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전주만의 독특한 음주문화다.

전주사람들은 슈퍼나 가게에서 격의 없이 맥주를 마신다.

갑오징어나 황태포에 소탈한 간장소스를 안주로 하여 값싼 가정용 맥주를 들이키는 데  이것이 '가맥'이다.

원조라고 불리는 전일슈퍼를 비롯하여 초원슈퍼, 은성슈퍼 등 가맥 전문슈퍼들이 유명해 지고 지금은 삼백여 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급기야는 몇년전 부터는 전주가맥축제까지 열리고 있다.




가게에서 직접 사서 마시면 저렴하고 편리하여 의례 어디나 있을 법하지만

독특한 형태의 ‘가맥’은 여느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주의 특색있는 업종이 되어 있다.

이런 ‘가맥’이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왜 전주에서만 유독 성행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전주는 전통적인 농도(農道)인 전북의 중심도시이다.

그래서 농업문화적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다. 7~80년대부터 산업화•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인근 농촌지역의 인구가 대거 전주로 유입되면서 그런 현상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농촌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도시에 와서 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논두렁 새참 막걸리’가 그중의 하나이다.

이웃과 품앗이를 하면서 격의 없이 논두렁에 되는대로 걸터 앉아 나눠 먹었던 새참,

반찬이라곤 김치에 풋고추와 상추, 된장과 고추장으로 소탈하기 그지없지만 그 꿀맛의 새참,

고된 노동에 허기를 달래면서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해주었던 새참,

국수에 입가심으로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면 세상 부러울게 없었던 새참


이런 농두렁 새참 맛을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전주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낸 것이 가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논두렁 새참과 전주가맥은 그래서 여러모로 닮았다.

격의 없이 가게의 간이탁자나 평상에 되는대로 걸터 앉아 마시는 것도 그렇고

소탈한 안주에 부담없는 술값으로 술 품앗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그렇고

도시생활의 공허한 허기를 달래면서 넉두리를 나누는 모습도 그렇다.

이렇게 보면 새참이나 가맥이 전주사람들의 성품과도 닮아보인다.

격의 없이 정겹고, 소박하면서 소탈하여 호사스럽지 않은 성품

그래서 전주만의 독특한 음주문화 가맥이 생겨났고 또 이어가고 있다고 본다.